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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예술

Yeah-Panda 2012. 1. 23. 16:12
SLR 클럽, 줄리어스 님글.


며칠 전 사진 예술을 하는 선배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야기와 레드리본제, 레이소다의 카테고리 폐쇄에 이르러서는
너무도 화가 난 적이 있습니다.

예술과 외설에 대한 차이를 내게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작가의 양심"이 그 답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일단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가 아닌 이상 포스팅된 작품이라면
우리는 작가의 양심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작가의 양심을 믿지 않고 개인적 경험과 비좁은 가치관에 근거하여
작품을 비난하고, 봐야 될 나이를 규정하며, 심지어는 법에 어긋난다며 처벌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 어찌 가당한 말입니까? 예술을 우리의 편협한 가치관이 탄압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젖을 무는 아이의 사진에서 노출된 어머니의 유두와
젊은 여성의 젖을 무는 남자의 사진에서 노출된 그녀의 유두는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전자는 食 이고, 후자는 性 이라서 그런 것입니까?

섹스는 인간의 본질적 활동에서 食 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衣 와 住 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반면에 살인과 같은 폭력을 다루는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대합니까?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임은 미성년자도 즐기고 있으며 대중매체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性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개인의 경험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경험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살면서 겪게 되는 문화적 자극의 결정체입니다.

유전적인 구조로 남성은 시각적인 자극에서 성적인 흥분감을 취하게 됩니다.
또 가치관이 완전히 자리잡을 때까지, 아니 섹스를 했다고 말을 해도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을
나이가 될 때까지 섹스라는 코드를 가진 매체, 음란물이라 지칭되는 사진, 그림, 음악, 글 등은
저속한 것이며 지양해야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닌 채 성장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고착된 가치관은 변하지 않아서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교육을 시킵니다.
그리고 여성의 유두가 노출이 된 사진을 미성년자가 보지 않도록 환기를 시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요. "교육 상 좋지 않아요."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유교 사회에서 폐쇄적인 성 문화를 가진 한국은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에서 말한 것처럼
"불쌍한 존재는 바로 동아시아의 남자들" 투성이의 나라입니다.



시각적인 성적 자극은 유방, 성기 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여성의 발목을 보며
흥분을 하고 또 누군가는 목선, 손가락 심지어는 귓볼을 보고도 성적인 자극을 받습니다.
그런데 목선을, 발목을, 손가락을 찍은 사진은 왜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되지 않습니까?

절대 다수는 유방과 성기를 보며 성적인 흥분을 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오류가 여기에 존재합니다.

남성의 이러한 페티쉬(fetish) 성향은 유전적이고 본능적인 것입니다.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전진하는 차를 두고 왜 앞으로 가냐고 물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가지 않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지, "앞으로 가지 마" 라고 명령을 하는 것은 우스운 짓 아닙니까?

특정한 부분이 사진에서 다뤄진다고 할 때 그것을 섹스로 연결시켜서 성적으로 흥분하는 것은
관람자의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누드 사진을 보며 자위를 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은
그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이 세상 모든 누드 사진은 외설이오, 음란물입니다.

우리가 작가적 양심을 믿는 것처럼 작가도 우리에게 관람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합니다.



일전에 제가 최근의 사진 이해의 경향은 작가의 의도나 지향점에 주의하지 않고
관람자 스스로의 무의식 상태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허나 무엇보다도 경계해야 할 것은
독단적으로 자의(自意)적 해석을 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근거하여
마음대로 사진을 평한다면 그 어찌 바보같지 않을 수 있습니까?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혀를 가진 이가 설탕을 보고 짜다고 말하니 웃지 않을 수 있습니까?



견월망지(見月望指)라, 달을 보라고 손짓을 하였더니 손가락을 본다는 말이 있지요.

예술로 포스팅된 사진을 포르노 사이트에 게재되는 사진으로 읽어 버리는 사람은
더이상 담론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패럴리즘이라고 합니다.

패럴리즘으로 사진을 엉망으로 해석하는 이를 두고서 작가적 양심을 믿으라고, 또 관람가적 예의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첨부된 사진은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입니다. 여성의 성기를 꽃과 입으로 자주 표현합니다.
여성의 성기가 더럽습니까? 오직 섹스로만 생각이 집중됩니까? 

탄생과 죽음과 욕망과 기쁨과 쾌락과 배출의 객체로서는 느껴지지 아니한가요?

음모와 머리카락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자라는 곳이 다를 뿐 구태여 전자는 성적인 자극의 매개체라고
스스로 인식화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그려가며 사고를 편협하게 해야만 할까요?



개인적으로 김용호 사진작가를 참 좋아합니다. 그가 운영했던 카페 드 플로라도 무척 좋아하지요.
이혜영의 누드 사진을 찍은 작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패션사진계에서는 도프앤컴퍼니, 김용호라면
둘째가라 말하기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분입니다. 

얼마 전에 김용호 작가께서 발레리나 김주원씨의 누드를 찍었습니다. 
덕분에 김주원씨는 발레리나의 명예를 실추하였다는 명목으로 감봉을 받았지요.

춤으로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발레와, 사진으로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끝으로 "몸" 사진전을 여신 김용호 작가님의 한 말씀 적고 긴 글 마칩니다.


"인간의 몸은 근원적으론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며, 나아가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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